나는 어느 정도 이상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통계 수치도 비교적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한 예로 새로 창업한 이후로 5년 이상 사업체를 꾸려나가는 비율이 10%도 되지 않는다는 통계 수치 때문에 나중에 돈을 모아서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을 쉽게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통계와 과학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 조차도 외계인이 지구를 배회하고 있을 거라든지, 죽어서 환생할 지도 모른다느니 하는 생각을 막연히 하고 있다. 실제로 쓸만한 증거는 하나도 없는데도 말이다. 이 책은 인간이 왜 이런 잘못된 판단과 사고를 하게 되는지 백 여가지 이상의 예와 실험을 통해서 밝히고 있다.
유령이 존재한다는 증거가 사람이 유령을 대면하는 개인적인 경험 외의 다른 증거는 왜 존재하지 않는 걸까? 인간의 복합적인 성격을 혈액형이라는 단 4가지 성향으로 규정짓는 것이 타당한가? 주식의 가격을 예측할 수 있다는 애널리스트는 왜 그 정보를 이용해서 더 많은 돈을 벌지 못하는 걸까? 5년 연속 시장 평균 수익률 이상의 성과를 낸 펀드 매니저는 정말 그 능력을 신뢰할 수 있는가? 스포츠 경기에서 그 날 따라 유난히 플레이를 잘 하는 “물 오른 선수”라는 게 있는가? 가위눌림 현상은 정말 유령이나 제3의 존재 때문인가? 경기예측은 가능한가?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답을 알 수 있는 질문들이다.
책을 보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대중매체와 언론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왜냐면 이것들은 시청률과 판매부수를 늘리기 위해서 끊임없이 자극적인 소재를 과대생산하며, 타당한 증거를 무시하기 때문이다. 오늘 자 인터넷 신문을 보더라도 TV프로그램 라인업의 태안 봉사가 조작됐다는 루머가 있었다. 그 근원지는 시청자 게시판의 글 몇 개이다. 하지만 그 글은 진위여부가 확인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기자들은 메이저 신문으로 내용을 옮기고, 네티즌 역시 메이저 신문에 기사가 났기 때문에 쉽게 믿어버리고 만다. 그 외에도 책에는 재미있는 예가 많이 나온다. 검은 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에게 심판들의 경고가 더 많이 나오는 이유는 사람은 들은 검은 색을 나쁜 것과 결부 시키기 때문이다. 증거물은 어떤 순서로 논의하느냐에 따라 배심원은 판결이 달라질 수 있다. 행운을 운명과 결부시키지만 통계학 적으로 얼마든지 설명 가능하다.
결론은 회의적인 사색가가 되라는 것이다. 회의주의자는 무언가를 믿기 전에 증거를 찾아내서 평가해 보고 싶어는 사람이다.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다른 가능성은 없는지. 내가 믿고 싶은 것을 증명하기 위해 반대되는 증거를 과소평가하고 있지는 않은지. 상관없는 것들을 인과관계로 묶고 있지는 않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