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2천원 주고 산 책인데, 나름 읽을 만 했다. 저자가 일본 사람인데, 제법 많은 책을 읽었고, 박학다식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언젠가는 시골에서 살고 싶고, 경쟁을 싫어하고, 야망이 별로 없는 나는 이런 류의 책을 즐겨 읽는다. 친구들에게도 가끔 얘기한다.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서울을 떠나 시골로 내려간다고 하더라도 놀라지 말라고.
재미있는 시각을 가진 글이 많지만, "빈둥거리기"라는 글이 맘에 든다. '빈둥거리다'는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결론적으로 말을 하면 "생산활동을 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책 내용 중 한 단락을 인용하면
요컨데, '빈둥거리다'는 것은 '생산적인 아닌' 상태를 말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로 인해 당사자의 사회성에 결손이 생겨난다고 여긴다. 이때의 사회란 어떤 공통의 목표나 목적을 갖고 있다고 믿는 환상의 공동체다. 모두가 그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데, 어떤 사람은 거기서 일탈해 있다. 사람들이 '분발하고 있을' 때 그 사람은 '빈둥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나쁜가? 예를 들어보자, 정년퇴임이나 명예퇴직을 하고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는 남편을 부인은 한심하게 바라볼 수 있다. 그는 분명 생산활동을 하지 않으며 빈둥거리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그가 아무런 생산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시간을 아무런 가치 없이 무의미하게 보내고 있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지금 경쟁주의나 생산성주의, 우생 사상 등에 크게 경도된 듯이 보인다. '빈둥거림주의'란 바로 이런 치우침에 대하 일종의 경종이다. 그러나 게으름 피우기를 장려하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쟁의 바깥에 있는 참된 자신의 '거처'를 발견하는 일이다. 즉, 생산성의 가치로부터 벗어나 있는 자기 자신을 재발견하는 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