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호수 근처에서 2년간 유유자적하며 지낸 지은이의 삶에 대한 성찰이 담긴 산문집이다. 한 6개월에 걸쳐서 조금씩 읽었는데, 이런 류의 책은 지식이나 실천적 요소를 얻기 위함이 아니라 상상하기 위해서 읽기 때문에 읽는 속도에도 신경 쓰지 않았다. 몇몇 지루한 장은 건너 띄기도 하였다. 읽던 중 나의 상상을 자극하는 문단이 있어 옮겨 적어 놓는다.
<첫번째 여름에는 책을 읽지 못했다. 콩밭을 가꾸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가끔은 일하는 것보다 더 나은 방법으로 시간을 보냈다. 꽃처럼 활짝 핀 어느 순간의 아름다움을, 육체적인 일이든 정신적 일이든 일을 하느라 희생할 수는 없는 때들이 있었다. 나는 내 인생에 넓은 여백이 있기를 원한다. 여름날 아침에는 간혹, 이제는 습관이 된 멱을 감은 다음, 해가 잘 드는 문지방에 앉아서 새벽부터 정오까지 한없이 공상에 잠기곤 했다. 그런 나의 주위에는 소나무, 호두나무와 옻나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으며 그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 고독과 정적이 사방에 펼쳐져 있었다. 오직 새들만이 곁에서 노래하거나 소리 없이 집 안을 넘나들었다. 그러다가 해가 서쪽 창문을 비추거나 또는 멀리 한길을 달리는 어느 여행자의 마차 소리를 듣고서야 문득 시간이 흘러간 것을 깨닫는 것이었다> -161페이지
늦은 봄, 월든 호수의 얼음이 쫙쫙 갈라지며 내는 굉음을 상상..
<물론 오래오래 살아서 차비라도 벌어놓은 사람은 언젠가는 기차를 타게 되겠지만 그때는 활동력과 여행 의욕을 잃고 난 다음일 것이다. 이처럼 쓸모 없는 노년기에 미심쩍은 자유를 누리기 위하여 인생의 황금 시절을 돈 버는 일로 보내는 사람들을 보면, 고국에 돌아와 시인 생활을 하기 위하여 먼저 인도로 건너가서 돈을 벌려고 했던 어떤 영국 사람이 생각난다. 그는 당장 다락방에서 올라가 시를 쓰기 시작했어야 했다.> -78 페이지
마흔 넘어서 좀 자유롭고 싶다는 것이 내 희망사항인데, "노년기에 미심쩍은 자유"라는 표현이 맘에 든다. 왜 사람들은 은퇴시기를 늦춰졌으면 할까? 그리고 나이 들어 은퇴하면 어떤 생활을 하겠다라는 막연한 계획을 세우기만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