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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프루스트 평전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이다. 프루스트는 작가인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대하 소설을 썼다. 꽤 유명한 책인데, 작가도 책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알랭드 보통이 쓴 책인데 이사람이 쓴 책은 이책을 포함하여 두 권을 읽었지만 느낌이 나하고 잘 맞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이 책은 다른 사람에게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한 마디로 번역이 너무 어설프다. 원문을 그대로 직역해 놓은 부분이 상당히 많아서 읽는데 고생을 많이 했다.
'고통에 대해서' 프루스트의 생각을 옮겨본다. 꽤 흥미로운 글인데, 중요 부분만 발췌하였다.
「 사실 프루스트의 견해에 따르면 우리는 문제가 있기 전까지는, 즉 우리가 고통에 빠지고 우리가 희망했던 대로 일이 일어나지 않을 때까지는 아무것도 제대로 배울 수 없다. 물론 고통 없이도 우리의 정신을 사용할 수 있지만, 프루스트가 제시하는 것은 고통스로울 때에만 철처한 탐구심이 생길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앓는다. 고로 생각한다. 그리고 고통을 더 큰 맥락 속에 위치시켜 애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우리는 생각한다. 생각은 고통의 기원을 이해하고, 그것의 여러 특성들을 포착하고, 그 존재를 체념하고 인정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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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지혜를 얻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선생을 통해서 고통스럽지 않게 얻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삶을 통해서 고통스럽게 얻는 것이다. 그는 고통스럽게 얻는 지혜가 훨씬 우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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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란 마치 괴로운 사건 없이는 괴로운 진리를 담길 거부하는 예민한 기관과도 같다고 해야 할 것이다. "행복은 몸에 좋다. 그러나 정신의 힘을 길러주는 것은 고뇌다"라고 프루스트는 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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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할 때 무지한 것은 아마도 그저 정상적인 일일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헌신을 맹세했는데 인간이 왜 배신하는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까닭이 있는가? 우리가 항상 존중을 받는다면 무엇 때문에 사회생활에서의 굴욕감에 대해 탐구하겠는가? 오직 고뇌에 빠졌을 때만 우리는 괴로운 진리를 직시하려는 프루스트적인 동기를 가지게 되고 가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들처럼 이불 밑에서 탄식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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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너무나 자주 고통은 생각으로 바뀌지 못하고, 우리에게 더 나은 현실감각을 부여하는 대신에 우리가 아무런 새로운 것도 배울 수 없게 하며, 차라리 처음부터 고통을 겪지 않았을 때보다도 헛된 생각을 더 많이 하고 긴요한 생각들은 더 적게 하는 헛된 방향으로 우리를 이끈다. 」
실제로 내 경우를 들자면, "다른 사람을 비난 혹은 비판 하는 것"에 대해서 깊게 생각을 해 왔고 나름의 생각도 있다. 이것은 내 고통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수 년 전에 억울한 비난을 당한적이 있는데, 그때는 한 달 정도 의욕이 없을 정도로 크게 상심하였다. 우선, 당사자가 아닌 다른 한 편의 얘기만 듣고 어설프게 비난을 시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비판 당사자의 의견이나 해명을 듣지 않고 비난을 시작한다. 뿐만 아리라 내가 그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기 힘들다. 결과만 가지고 비난을 시작하기 쉬운데 중요한 것은 동기나 의도, 과정이다. 설사 내가 뭔가 해명하고 싶은 의견이 있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지 않고 내가 굳이 해명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라면 해명을 하지 않는다. 세상에는 희한한 사람이 많아서 해명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싸움과 논쟁을 원하는 사람도 많다. 생산적 지향이 없는 논쟁이야말로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한 예로, 나는 작년에 길가다 어떤 사람이 우리 시의 청사를 새로 짓는데 다른 지역보다 비용이 너무 과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거기에 대해서 한 마디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때 나는 아무런 말을 해 줄수 없다고 했다. 그 이유로 "그 사실을 방금 알았기 때문에 상황을 이해할 만한 충분한 자료가 없다. 단지 비용을 따진다면 지역에 따른 토지 구매가의 차이나 인구의 규모에 따른 차이도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는 우리 시가 여기에 대해서 무슨 해명이나 설명을 하였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뭘 근거로 비난을 할 수 있겠는가?' 라고 했다.
여기에 찰스 스윈돌 이라는 사람이 남긴 말을 들어보면 아래와 같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비판하지 말아야 할 일곱가지 이유
- 우리는 모든 사실을 알지 못한다.
- 우리는 그 동기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 우리는 완전히 객관적으로 사고할 수 없다.
- 우리는 모든 상황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 우리가 보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 우리에겐 편견이 있다.
- 우리는 불완전하고 일관성이 없다.
비난과 비판에 대해서 내 나름의 이런 지혜는 고통이 없었다면 결코 얻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