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번째 휴가를 다녀왔다. 울릉도다. 07년, 09년도에 제주도, 이번에도 울릉도. 나는 섬을 좋아하는 것 같다. 5박4일 동안 자주 열어본 책 <울릉도 독도>다.
울릉도에서 언제 나올 계획 없이 편도 배편으로 들어갔다. 난 여행가서 패키지 여행 돌듯이 돌아다니지 않는다. 그저 발길 닿는 대로 다니다가 멈추기도 하고 예정에 없던 곳에서 자기도 한다. 현포라는 마을에서 하루 밤을 묵었는데 그 마을엔 원래 민박이나 모텔이 없었다. 밥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다고 식당주인에게 부탁하여 남는 방에서 하루 밤을 묵게 되었고, 방값으로 3만원을 지불했다. 그런 식이다.
이틀 정도 해안 일주도로를 따라서 걸었는데 가다 보면 태하령으로 들어가는 샛길이 있다. 일종의 산 고개인데 해안일주도로가 만들어지기 전에 차가 다니던 길로 말 그대로 산인데 차 길을 내놓은 것 이다. 현재는 차가 다니지 못하도록 막아 놓아 몇 년간 사람도 차도 다니지 않는 길이 되었다. 이 길을 걸어서 올라 태하로 내려오는 동안 맑은 공기를 만끽하며 산새소리를 감상하며 천천히 걸었고 또 쉬었다.
셋째 날은 나리분지로 갔다. 나리분지는 차로 가기로 했다. 차는 버스가 아니라 봉고차였는데 그냥 주기적으로 다니 것 같았다. 차비는 천원. 나리분지를 넘으며 드는 생각. "이 길은 걸어서 넘을 길이 아니군. 걸었다면 나리분지에서 1박을 해야 할 터" 나리분지로 내려오는 데 안개가 자욱했다. 안개 속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넓지 않는 밭, 마을 풍경, 멋있었다. 점심을 먹고 성인봉 등산시작. 정상을 오르는 동안 혼자였다.
나무계단의 끝에서 만난 고양이 한 마리. 왜 여기에 고양이가 있는 것일까. 고양이가 말을 걸어올 것 같은 느낌. 잠시 묘한 기분이었다. 고양이는 낮 잠을 자고 있었다. 내가 가방을 여니 일어나서 나의 행동의 주시했지만 고양이게 줄만한 먹을 것이 없었다. 미안했다.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 난 바다를 기대했지만 보인 것은 안개속에 묻힌 원시의 자연이었다.
내려오는 길 구름계단. 안개 속에 묻힌 구름계단 멋있었다. 성인봉을 나리분지 쪽에서 올라가기를 잘 한 것 같다. 도동항으로 내려왔는데 이 길로 올라갔으면 너무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넷째 날, 난 도동등대 산책길과 해안 산책로를 다니기로 했다. 도동등대 산책로는 참 멋있는 길이었다. 울릉도의 모든 길이 제주 올레길 못지 않았지만 도동항에서 도동등대까지 가는 길은 특히 멋있었다.
산책로의 끝에 촛대바위가 보인다. 도동항에서 걸어 들어가는 산책로가 공사 중이라서 할 수없이 촛대바위 쪽에서 구경 오는 듯 하지만 나는 이렇게 도동등대 쪽에서 내려갔다. 여기서 죽도도 안개 속에서 보였다.
촛대바위 쪽에서 회를 먹었다. 쥐치고기 회를 2만원 어치 먹었는데 중간에 선장님 두 세 분이 홍합탕에 소주를 드시려고 옆 자리에 앉았다. 나는 나리분지에서 샀던 마가목주를 회를 안주삼아 마시고 있었고, 대화를 엿 듣다가 자연스레 끼게 되었다. 외지인이 들어와도 돈을 잘 쓰지 않는다고 푸념, 아들 얘기, 혼자 왔냐는 둥, 이런 저런 얘기를 했고 통합탕도 얻어먹었고 마가목도 다 먹고해서, 소주도 몇 잔 얻어 먹었다. 홍합탕이 너무 맛있고, 국물도 시원해서 내가 추가로 시켰고 함께 먹었다. 난 술에 취해서 어떻게 도동항에 들어가야 하나를 두고 고민을 했다. 원래는 도동등대로 가서 구경을 좀 하다가 왔던 길을 돌아 갈려고 했지만 술이 취해서 고민이 된 것이다.
도동등대베서 바라본 촛대바위 땀으로 완전히 알콜을 분해해 버렸다.
도동항에 도착하여 목욕탕으로 갔고 1시간 가량 온탕과 냉탱을 오가며 피로를 풀었다. 나와서 선물용으로 나눠 줄려고 마른 오징어20마리를 샀고 (실제로 팀 동료들에게 2~4마리씩 ㅋㅋ) 호박제리 라는 엿 비슷한 것도 회사사람들에게 나눠 줄려고 샀지만 배도 고프고 너무 맛있어서 내가 다 먹어버렸다.
여행하는 동안 내 머리는 완전히 방전된 듯하다. 울릉도를 벗어난 생각은 하나도 들지 않았는데, 나중에 월요일 회사로 다시 출근하는 것이 왠지 낮 설게 느껴졌다.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울릉도를 다 보지도 못했고 잘 보지도 못했지만 멋진 섬이었고 충분히 만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