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ize the day

POST : 독서 노트

디지털 보헤미안

  360여 페이지의 책이지만, 페이지 마다 행도 가득하여, 보통 책으로 따지면 400페이지 분량의 책이다. 이 책에서 내가 찾고자 하는 것은 마흔 이후의 삶에 대한 힌트이다. “디지털 보헤미안” 혹은 “디지털 노마드”로 알려진 신인류의 라이프 스타일이 내가 추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미래이다. 이 책을 통해서 어느 정도 구체화 된듯하다.

■ 정규직
  나는 최근에 이직을 하면서 사원이 2000명 이상의 대기업으로 회사를 옮기게 되었다. 우연찮게 그 기간에 이 책을 읽다 보니 새로 옮긴 회사가 나의 마지막 정규직이 될지도 모르겠다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2장을 읽다 보면 정규직에 대한 고찰을 읽을 수 있다. 챕터의 제목은 “직장인의 비참함”이다. 다시 말하면 정규직의 비참함일 것이다.
   
>> 회사에 정식으로 고용되는 것을 자신의 야심찬 출세 목표와 연관시키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에 믿었거나 한때 자신에게 중요했던 것들까지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의 핵심 질문은 더 이상 ‘행복하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가 아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하면 내 직장과 지금까지의 나의 경력이 만들어낸 조건들 아래서 개인적인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까?’하는 것으로 가득 차 있다. -63p <<

  정규직을 하면 생각나는 첫 번째는 정해진 출퇴근시간이다. 나는 대표적인 지식 집약적인 직업인 컴퓨터 프로그래머라서 투입시간과 업무실적이 비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에 누군가가 오늘 할 일을 다 하고 나서는 퇴근해도 좋다고 한다면, 나의 퇴근시간은 점점 더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도대체 누가 오늘 할 일의 양을 결정하겠는가? 그 많은 직원들이 각자 다른 출퇴근 시간을 고집한다면, 다양한 업무를 조율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생산성의 저하를 가져올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시간에 억매이지 않는 일을 나는 소망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내가 재밌다고 느낀 이유는, 실제로 회사를 옮기기로 하면서 자명종을 사야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 현대사회는 사람들에게 여가 시간, 자유 그리고 자결권을 선물하겠다는 온갖 약속을 했음에도, 우리들 대다수는 예나 지금이나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시간표의 노예가 되었다.
...
고용주들에게 중요한 것은 원래 특정한 근로 실적을 사들이는 것이라고 할 때 계약에 의해 정해진 근로시간제라는 것은 얼마나 괴상한 임시변통인가? 지식사화에서 어떻게 사람들은 아직도 고용된 사람의 생산성이 그가 사무실에 앉아서 보내는 시간에 비례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64p <<

  '파견의 품격'이라는 일본 드라마가 있다. 일본의 파견은 우리나라 말로하면 시급을 지급받는 계약직 사원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정사원(정규직 사원)으로의 채용 제안을 거절하고, 파견으로 3개월 단위로 일하고, 쉴 때는 해외로 떠나는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시급이 3000엔이라는 것이다. 하루 8시간 근무에 한 달에 22일 근무한다고 가정하면, 국내 환율로 계산해보면 450만 원 정도의 급여를 받는 셈이다. 이 정도면 프리랜서라고 보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드라마 중간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 정사원이 되어도 정리해고, 그리고 회사가 망하면 끝이야. 타이타닉의 침몰처럼
하지만 회사를 위해 매일매일 사전공작, 아첨, 출세 레이스 쓸모없어! 전부 쓸모없어
불경기가 100년 지속된다 해도 일본의 모든 회사가 망해도 난 괜찮아.
파견이 믿을 수 있는 건 자신과 시급 뿐 살아가는 기술만 있으면 자신이 살고 싶은 대로 살 수 있어 <<

■ 일
>> 어린 아이였을 때 어른들이 심어준 가치관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일이란 지루하지만 꼭 필요한 것.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학에 들어간 뒤 일과 재미가 서로 대립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의 생각은 바뀌었다. 일이란 "세상의 어떤 부분에 독창적으로 기여하고, 굶지 않을 정도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소득은 삶의 수단이지 목적은 아니다. 그리고 소득 문제를 떠나 어느 단계에서나 한결같이 재미를 주는 일이란 사실 그 어디에도 없다. 따라서 재미의 기준을 장기적으로 바라보라고 제안한다. 장기적으로 보아 '이 일만큼 멋지고 만족스러운 것은 찾기 힘들다'라는 생각이 들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루 24시간 내내 일을 할 만큼 빠져들어야 하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자발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112p <<

■ 대가
  디지털 보헤미안이 하나의 경향이 될 수는 있겠지만 주류가 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하고, 어느 정도 성공의 가능성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 이유는 인터넷이라고 하는 것이 사실상 인간의 삶과는 떼어놓을 수 없을 정도로 일상화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여드는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뭔가를 창출하고 판매하고, 제공하는 것으로 충분히 생활해 나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의 표지에 붙은 글귀처럼 "자유롭게 일하며 풍요롭게 살고 싶다"처럼 될 수 있을까? 자유롭게 일하는 것은 그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당연하지만, 풍요롭게 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top

posted at

2007. 12. 31. 14:10


CONTENTS

Seize the day
BLOG main image
김대정의 앱 개발 노트와 사는 이야기
RSS 2.0Tattertools
공지
아카이브
최근 글 최근 댓글
카테고리 태그 구름사이트 링크